<보이지 않는 가족>, 서울시립미술관, 2016...(2)
<보이지 않는 가족>전, 두 번째 방문.
지난 주 금요일에 전시를 보러 갔을 때는 너무 몸이 안 좋아서 작품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한참 푹 쉬고 나니까 오늘은 그나마 맑은 정신으로 전시를 볼 수가 있었다.
전시 팜플렛을 배포하지 않고 있길래 가져오지 못했다.
오늘은 안내 데스크에 가서 물어보니 거기서 달라고 해야 주더라;;
그것도 딱 한 사람 당 한 부씩...
도슨트도 있었지만 듣지 않았다...세션 별로 몇몇 개의 작품만 간략하게 설명하고 지나가는 듯.
전시는 총 다섯 개의 세션으로 구성되어있다.
'신화를 해체하기-지배적 표상들과 위대한 남성들', '중립 안으로-사진의 0도', '보이지 않는 이들-카메라 루시다의 사진첩', '자아의 허구-친밀함, 자서전, 전복', '에필로그-과거를 바라봄'.
이 중 마지막 에필로그를 제외한 세션들은 서울시립미술관 2층과 3층에서 진행되고 있고.
에필로그 세션은 서울시립미술관의 뒷문으로 나오면 있는 일우스페이스에서 진행된다.
일우스페이스는 다녀오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첫 번째 세션인 '신화 해체하기'에 심혈을 기울인 것 같았다.
이 전시실은 빨간색 벽면을 사용했지만, 나머지 공간들은 화이트큐브를 그대로 두었더라.
요새 전시를 다녀보면 주로 세션에 따라 색깔을 다르게 벽면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아서 살짝 기대했는데, 그렇지는 않더라...
나중에는 많이 피로했다ㅠㅠ
아네스 조프레이, 일시정지, 2000
Agnes Geoffray, Pause, 2000, Centre national des arts plastique collection
사진 속 남성들의 표정과 여성들의 표정을 비교해보자.
로베르 두아노, 모나리자, 1947
Robert Doisneau, La Joconde(Mona Lisa), 1947, Centre national des arts plastiques collection
이 각도 쯤에 설 때 두 작품을 가장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모나리자에 대한 열망을 재생산하는 것은 누구인가? 또 모나리자로부터 저만치 떨어져 구경해야하는 것은 누구인가?
두 번째 세션.
두 번쨰 세션의 작품들은 이미 첫 번째 포스트에서 몇 개 소개했다.
마르셀 브로타에스, 비 (텍스트를 위한 프로젝트), 1969
Marcel Broodthaers, La Pluie (Projet pour un texte), 1969, Centre national des arts plastiques collection
유튜브에 마침 영상이 있어서 링크를 첨부한다. 상태가 그리 좋은 것 같지는 않지만...
약 2분 정도 분량의 작품이다.
세 번째 세션.
이쯤되면 다리가 아프다ㅠㅠ
전시장 중앙에 미디어 작품도 하나 있는데, 자살한 작가의 언니와 자기 자신에 대한 내러티브이다. 가슴이 먹먹했다.
미디어 작품이 서너 개 있는데, 사실 너무 길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보지도 않았고, 만약에 그랬대도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
재미있는 사진을 하나 고르자면.
액자 유리에 비친 길버트와 조지의 작품도 보인다.
행크 윌리스 토마스, 스모킹 조는 마마가 아냐, 1978-2006
Hank Willis Thomas, Smokin' Joe Ain't J'mama, 1978-2006, Franc Aquitaine collection
the Unbranded: Reflections in Black by corporate America 연작의 작품 중 하나.
'보이지 않는 이들-카메라 루시다의 사진첩' 세션.
팜플렛을 인용하자면,
'바르트는 소수자들-거리의 아이들, 유랑자, 지적 장애인, 노예였던 사람들, 사형수, 동성애자, 예술가의 어먼, 여성시인-을 그의 사적인 이미지의 역사 안으로 초대했다. 그리고 이렇게 주류가 아닌 비가시적인 인물들로 이루어진 사진첩을 만들어 그들을 조명했다.'
이 부분은 어디까지나 바르트의 이야기이지만, 어쨌든 전시는 바르트의 사진론에 기반하여 기획되었으니...
이 세션에서는 소수자에 대한 시선을 다루고 있다. 마음에 들었던 두 작품을 소개하고 싶다.
다소 성적인 표현이 있는 작품들이라서...거북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존 코플란스, 자화상: 다리와 엄지 손가락을 함께, 1985
John Coplans, Self-portrait; Legs and Hands Thumbs Together, 1985,
Centre national des arts plastiques collection
http://www.mocp.org/detail.php?t=objects&type=browse&f=maker&s=Coplans%2C+John&record=13
http://www.tate.org.uk/art/artworks/coplans-self-portrait-hands-spread-on-knees-p11673/text-summary
작가에 대한 페이지..
작가는 자신의 몸을 통해서 남성성과 여성성을 동시에 구현하고자 했다.
위의 링크를 타고 들어가서 글을 잘 읽고 오면 맥락이 이해가 되지 않을까싶다. 특히 테이트의 글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캡션에는 '관객은 기괴함과 조각적인 것 사이를 오가는 남성의 나체와 시간의 흐름을 꾸밈없이 보여주는 작가의 친밀함에 적용된 객관성을 인지할 수 있다'라고 써있는데, 이게 관객에게 얼마나 유용한 감상의 실마리가 될지 잘 모르겠다. 캡션이 별로...좋지 않은 것 같았다 전반적으로.
아리안 로페즈-후이치, 맨하탄 비너스 1-3, 1994
Ariane Lopez-Huici, Venus de Manhattan 1-3, 1994, Centre national des arts plastiques collection
http://www.kirili.com/lopezhuici/
작가 홈페이지
왜 비너스인지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조각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작가 홈페이지에서 포트폴리오를 보니 살이 많이 찐 여성들을 주로 모델로 작업을 하는 것 같다.
여기에 대해서 작가 스스로가 남긴 코멘트가 있다.
I'm often asked why I choose the type of model I do. Why these? My body type is small and slender, whereas Aviva, Dalila, and Holly are Rubenesque. For me, at least, there's a large element of the unknown in the act of creating. If I really knew the answer, I wouldn't photograph them. My choice of models depends on a variety of circumstances: how we meet, our desires, possibilities that attract and intrigue, the transgression of normative boundaries, the confidence one creates in order to persuade someone to pose. What I photograph is the irreducible mystery of my models.
These models are heroes of our time. Through their talent, their strength and courage, they enlarge the boundaries of our emotional and visual world. Their beauty emerges from the poetry of their imperfections. They take part in the trance, in the ritual of bodies in weightlessness. El Duende. Life itself. The imperfection is the art of freedom opposed to the fascism of Apollonian art. I love Goya, Dziga Vertov, Maya Deren, Antonin Artaud .
<보이지 않는 가족>전보다는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특별전>을 보러오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대개 1층의 전시를 보고 2층과 3층에서도 전시를 하니까 '이게 뭐지?'하고 구경을 오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개별 작품들의 퀄리티는 대체로 좋은 편이다. 책에서 봤을 법한 이름의 작가들의 작품들도 볼 수 있다.
바르트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대강 알아도 그의 책을 읽어본 적은 없으니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얼마나 유기적으로 전시를 구성하고 있는지는 의심스럽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표한다.
어찌되었든 전시는 일요일에 막을 내린다.